[정치] 與, 이 대통령 사건 관계자도 불러 청문회 추궁…野 “인민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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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5일 ‘검찰 개혁’ 입법청문회에서 이재명 대통령 연루 사건 관계자 등의 증인·참고인 채택 문제를 놓고 충돌했다. 국민의힘이 반발하며 집단 퇴장하자 청문회는 민주당 주도의 ‘검찰 성토대회’가 됐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1소위원회에서 이날 열린 청문회에 앞서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23명의 증인·참고인 중 민주당이 부른 사람이 22명”이라며 “오늘(5일) 청문회는 수사 또는 감찰 중인 사건을 포함하고 있어 청문회를 빙자해 재판이나 수사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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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1소위원회 검찰개혁 입법청문회에서 국민의힘 곽규택 의원과 나경원 의원이 현재 수사 중인 관봉권 띠지 유실 사건 등에 대한 증인 제외를 요구하며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용민 소위원장과 언쟁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나 의원은 “대북송금 사건은 재판이 정지돼 있지만 이재명 대통령 사건”이라며 “결국 사건 관련 증인·참고인을 불러서 이 대통령 재판을 뒤집으려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그러면서 “국회가 이제 재판도 하고 수사도 하겠다는 것이냐”며 현재 수사·재판이 진행 중인 불법 대북 송금, 관봉권 띠지 분실, 여론 조작 대선 개입 사건에 관한 증인·참고인을 제외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민주당 소속 김용민 소위원장은 “검찰이 나쁜 짓을 많이 해서 아직도 바로잡혀지지 않고 당사자들은 여전히 고통을 받고 있는데 그것을 국회가 왜 논의하지 못하느냐”며 “검찰이 사고 치고 도망간 사건을 바로잡겠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국민의힘은 “사건에 관여할 목적”이라고 비판했고, 김 위원장은 “나 의원도 사고 치고 법사위로 도망왔는데, 이렇게 옹호하면 안 된다”고 맞받으며 국민의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에 반발하며 퇴장했다.

이어진 청문회에서 민주당 측 참고인들은 주로 자신을 수사했던 검찰을 비난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무죄가 확정된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관계인이었던 이광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은 “윤석열 패거리들이 이 사건을 정치적으로 기획하고 표적했다”고 주장했고, 여론 조작 대선 개입 사건(윤석열 전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의 피고인인 허재현씨는 “이런 수사 자체가 증거도 없이 무리한 기소를 한 것을 넘어서서 애초에 수사권 자체가 없는 기소를 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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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9회 국회(정기회) 법제사법위원회 검찰 개혁 입법청문회에 증인 신분으로 출석한 전 조경식 KH그룹 부회장이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유죄가 확정된 불법 대북 송금 사건과 관련해선 수감 중인 조경식 KH그룹 부회장이 출석해 “김성태 (쌍방울 그룹) 회장은 가족이 전부 신용불량이라 검찰에서 조이면 회유를 당할 수밖에 없었다”며 “유명 정치인 이름을 끼워 넣어야지만 살려준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윤 전 대통령이 탄핵 되기 전에도 이와 같은 내용을 제보하려고 했다며, 현재 해외 도피 중인 배상윤 KH그룹 회장이 지난 6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 대통령과 무관하다”는 취지로 말한 건 정권교체와 무관한 발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배 회장이 귀국시 이 대통령에 대해 진술하도록 국민의힘 유력 정치인이 회유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김 소위원장은 “용기내 진술해줘 감사하다”고 했다.

민주당은 대검 감찰부가 수사 중인 관봉권 띠지 분실 사건의 피의자인 서울남부지검 전·현직 수사관을 증인으로 불러 “왜 띠지를 해체했느냐”며 직접 추궁하기도 했다. 관봉권 띠지 분실 사건은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수사한 서울남부지검 수사팀이 의도적으로 압수물을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이 핵심이다.

서영교 의원은 수사관들이 “기억나지 않는다” “규정에 따라 업무를 처리했다” “검사실에서 띠지를 보관하라는 지시가 없으면 보통 보관하지 않는다” 등의 답변을 내놓자 “위증”이라고 다그쳤다. 장경태 의원은 두 수사관이 미리 준비한 답변 참고 자료가 발견되자 “사전에 위증을 모의했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이에 한 수사관이 “청문회에 아무 준비도 안 하고 올 순 없잖느냐”고 반박하기도 했다. 이희동 전 남부지검 1차장검사는 “관봉권 사진을 찍어놨고 사진에 자료가 있기 때문에 일부러 (띠지를) 파기할 이유가 없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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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9회 국회(정기회) 법제사법위원회 검찰개혁 입법청문회에서 서영교 의원이 관봉권 띠지 유실 사건과 관련해 질문하고 있다. 뉴스1

유일한 야당 측 참고인인 정재기 변호사는 “참담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며 “일부 정치 검사의 일탈과 왜곡을 이유로 검찰청 폐지 논의가 8시간 가까이 아무런 반대 논의 없이 진행되는 데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했다.

청문회장 바깥에선 국민의힘의 성토가 쏟아졌다. 곽규택 원내수석대변인은 “오늘(5일) 진행된 청문회는 사실상 ‘재판 뒤집기, 수사 개입 청문회’였다”며 “민주당은 법원을 인민재판정으로, 검찰을 인민수사기관으로 바꿔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지키려 한다. 의회를 무기로 삼아 사법권을 흔드는 전형적인 의회 독재, 나치식 독재가 아니고 무엇이겠느냐”고 비판했다. 법사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자체 공청회를 열겠다고 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청문회에 앞서 법원·검찰을 향해 날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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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정청래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전날 법사위 1소위로 회부된 내란특별법 제정에 관해 “법원 개혁, 사법 개혁에 대한 국민적 여론은 어쩌면 법원이 자초한 것으로 자업자득”이라며 “법사위는 신속하게 논의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내란특별법은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재판을 전담할 특별재판부 설치 등이 핵심 골자다. 다만, 법사위는 전문위원 검토보고서를 통해 “개별 재판에 대한 정치적 중립성·독립성·객관성 논란에 따라 사법의 신뢰가 저하되고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우려했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같은 회의에서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전날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반대하는 입장을 밝힌 데 대해 “지금의 검찰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개혁의 대상이며, 무엇보다 스스로 자초한 일”이라며 “혹여라도 스스로를 개혁의 주체로 착각하지 말라”고 쏘아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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