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트럼프에 죽쑨 육해공 운송주, 하반기 유일하게 뜰 종목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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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터널 지났나, 운송주 투자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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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증권업계에서 국내 운송업(항공·육상 운송·해운)을 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투자 의견 ‘매수(Buy)’나 ‘비중 확대(Overweight)’가 늘고 있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이 ‘관세 휴전’에 들어간 덕이다. 항공·해운·육운 관련주 15개로 구성된 KRX 운송 지수는 지난 5월부터 9월 5일까지 28.2% 올랐다. 같은 기간 현대글로비스 주가는 63% 뛰었다. 여전히 ‘투자 땐 신중히 접근하라’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역으로 운송주를 기웃거리는 투자자도 적지 않다. 아직 덜 오른, 우려가 가시지 않은 운송주를 사둔 뒤 묵혀보겠다는 전략이다. 과연 운송업 주가는 장기 우상향 그래프를 그릴 수 있을까. 머니랩이 ‘육해공’ 운송주의 투자 방향은 물론 주가가 오를 만한 종목은 뭔지 짚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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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민 기자

운송업 특성상 업황이 좋아지려면 버스나 지하철 요금과 비슷한 개념인 운송 요금(운임)이 오르는 추세여야 한다. 하지만 현 상황은 그 반대다. 글로벌 해운 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9월 5일 기준 1444.44를 기록했다. ‘반짝 호황’을 누렸던 지난해 7월 초(3733.8) 대비 61% 하락한 수치다. 이는 수요를 뜻하는 물동량(물자 이동량) 감소에 따른 것이다. 해운업은 배에 물건을 실을 수 있는 선적 공간보다 실어야 할 물건이 적으면 운임이 내려간다. 홍콩 TAC인덱스에 따르면 발틱항공운임지수(BAI00)는 9월 1일 2051로, 올해 들어 18% 하락했다. 화물 운임 추락을 부른 결정적 요인은 미국의 ‘관세 폭탄’이다. 관세가 오르면 수입품 가격이 뛰는 탓에 소비 심리가 줄고, 이는 물동량 감소로 이어진다. 세계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는 점도 운송업이 맞닥뜨린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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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민 기자

◆과도한 출혈경쟁에 고환율 파고까지=항공업을 짓누르는 가장 큰 악재는 저비용항공사(LCC)를 중심으로 계속되는 출혈경쟁이다. 일본과 동남아 등 단거리 국제선 노선을 주력으로 하는 LCC는 항공권 할인 판매로 제 살 깎기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말 무안공항 참사와 노선 공급 과잉 여파에서 벗어나기 위한 조치다. 대형 항공사(FSC)는 물론 LCC 한 곳이 가격을 낮추면 다른 곳도 덩달아 가격을 내리는 분위기다. 8월 초·중순 이스타항공이 인천~오사카 노선을 편도 기준 1만5000원에 파는가 하면, 에어부산도 일본 8개 노선의 편도 항공권을 최저 3만9400원에 팔았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말도 안 되는 파격가” “미친 가격”이란 반응이 잇따랐다.

출혈경쟁은 실적 부진으로 이어졌다. 국내 증시에 상장된 LCC 4곳이 올 2분기에 모두 영업 적자를 냈다. 제주항공이 41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티웨이항공(-790억원), 진에어(-423억원), 에어부산(-111억원)도 줄줄이 적자를 냈다. 달러당 1400원을 위협하는 고환율도 항공업엔 부담이다. 고환율이 항공업에 악재인 건 비행기 리스(임차)료, 유류비 등의 고정비용을 달러로 지출하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항공기의 절반을, 상당수의 LCC는 항공기 대부분을 빌려 쓰는 상황이다. 환율이 오르면 해외여행 수요도 감소한다.

다만 유커(游客·중국인 단체 관광객) 특수 기대감은 커지고 있다. 정부는 9월 29일부터 내년 6월 30일까지 중국 단체 관광객을 대상으로 무비자 입국을 허용한다. 오정하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무비자 정책의 효과는 입증됐다”며 “중국 정부가 지난해 11월 한국인을 대상으로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자, 한·중 관계가 나빠지기 전인 2016년과 비교해 중국 노선 회복률이 두 달 새 10%포인트 올랐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7월까지 9개월간 중국과 한국을 오간 항공편 수는 8만7507편으로 집계됐다.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13.4% 늘었다. 항공편이 늘면서 두 나라를 오간 사람 수도 1160만8191명으로 같은 기간 26.9% 증가했다.

국제 유가가 하향 안정화하면서 유류비 절감 효과도 기대된다. 올 초만 해도 배럴당 70~80달러 사이를 오가던 미국 서부텍사스유(WTI) 가격은 배럴당 60달러대 초반까지 밀렸다. 이스라엘과 이란이 휴전 국면에 들어간 여파다. 항공업계에서 유가 하락은 항공사 수익성 증가로 직결된다. 항공사마다 차이가 있지만, 전체 영업 비용 중 유류비가 30~35%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큰 손님’ 택배업 성장세 꺾여=육상운송업에서는 택배업 비중이 크다. 지난해 물동량 기준 시장점유율은 쿠팡이 37.6%로 1위, CJ대한통운이 27.6%로 2위다. 그 뒤로 롯데글로벌로지스(10.3%), 한진(9.3%) 순이다. 택배 시장의 성장은 이커머스(전자상거래)의 고공 성장과 맞물려 있다. 온라인 쇼핑 수요가 급증한 영향이다. 그런데 이커머스 거래액 성장세가 주춤하다. 2021년 192조원이던 국내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지난해 259조원으로 늘었다. 하지만 2021년 21%에 달했던 거래 증가율은 2023년 8.3%, 지난해에는 5.8%로 주저앉았다. 이처럼 시장은 좁아지는데 경쟁은 치열하다. 이커머스를 기반으로 성장한 쿠팡과, 이를 쫓는 업체 간 ‘배송 전쟁’이 불붙었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시장 패턴을 보면 쿠팡 같은 플랫폼사의 성장률은 높아지는데, 운송만을 본업으로 하는 업체들의 물동량 성장세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섹터 자체가 디밸류에이션(devaluation·가치 하락)되는 국면에 놓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가 위축된 내수 경기를 살리기 위해 올해 두 차례에 걸쳐 추가경정예산(이하 추경)을 마련, 45조원 넘게 투입한 만큼 소비가 활발해지면 택배 물동량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있다. 오정하 연구원은 “상반기 국내 택배 물동량은 전년 대비 역성장했으나, 소비 심리 개선으로 연간 물동량은 전년 대비 1.8%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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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원 기자

◆늘어나는 선박 공급, 추락하는 운임=바닥을 모르고 추락하는 해상 운임은 하반기에도 하락할 거란 전망이 많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관세 불확실성 탓에 물동량은 줄었는데, 선박 공급은 늘고 있어서다. 해운사들이 코로나19 위기 때 쌓은 현금으로 주문한 배들이 속속 인도되면서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거다. 한국수출입은행은 “하반기에도 많은 컨테이너선 신조선(신규 선박) 인도로 운임 하락이 지속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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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옥 기자

당장 해운업이 기댈 건 친환경 규제 정도다. 세계해사기구(IMO)는 2030년 선박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8년 배출량의 80%로 줄이기로 하는 등 친환경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이를 어기면 막대한 벌금을 매긴다. 기존 해운사가 보유한 노후 선박을 폐선(경제성 떨어진 선박을 고철로 분해)하고 대체 연료 적용 선박으로 교체해야 하는 상황이다. 다올투자증권에 따르면, 노후 선박 규모는 2000년 이후 가장 많지만 연초 선복량(배에 실을 수 있는 화물량) 대비 1~6월 누적 폐선율은 ‘제로(0)’다. 해운업계는 노후 선박을 폐선하는 방식을 통해 공급 과잉에 대처할 것으로 기대한다.

운송 업종의 투자 환경은 좋지 않지만, 개별 종목별로 선별적 접근이 필요하다. 예컨대 항공주에선 FSC를 하반기 투자처로 눈여겨볼 만하다는 의견이 많다. FSC와 LCC 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하는 데다, LCC의 위기가 부각될수록 FSC의 시장 지배력이 공고해질 거란 이유에서다. 육상 운송주도 비슷한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해운주에선 자동차 전용 선사를 추천한다. 일반적인 해운주와는 성격이 달라 업황이 주는 타격을 받지 않아서다. 고태훈 에셋플러스자산운용 액티브ETF 본부장은 “최근 현대글로비스 주가가 뛴 건 친환경 선박으로 교체를 많이 했고, BYD(비야디) 같은 중국 자동차 업체들이 자동차 수출을 할 때 글로비스 선박을 많이 활용한 게 부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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