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건축가 유현준 "케데헌2 나온다면…한강공원·현충원 보고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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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준 홍익대 교수가 지난 4일 오후 서울 강남 자신의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넷플릭스 최대 히트작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의 주 배경은 서울이다. 낙산공원·명동거리 등 실제 명소들이 이야기를 풀어내는 주요 공간으로 세심하게 그려졌다. 가령 주인공들이 북촌 한옥마을 내 골목길이 아닌 지붕 위에서 만나는데, 자연스레 관람객의 시선은 한옥 지붕의 곡선미를 따라 남산 N서울타워의 낭만적인 야경으로 흐른다.

영화 ‘로마의 휴일’처럼 콘텐트가 해당 도시의 이미지를 만드는 시대다. 콘텐트 인기는 관광객 증가 등 경제 효과로 이어진다. 케데헌 열풍 속 서울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커진 요즘 서울을 업그레이드할 방법 등은 무엇인지 유현준 홍익대 건축학부 교수에게 물었다. 인터뷰는 지난 4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유현준앤파트너스 건축사사무소’에서 이뤄졌다.

케데헌 봤는지.
“당연하다. 한옥 지붕 위 풍경이라든지 서울을 이렇게 아름답게 그린 (외국) 영화는 처음이다. 특히 500년 고도(古都)와 고층 빌딩이 공존하는, 서울의 다양한 특색을 잘 잡아냈다. 파리·로마·런던이 제일 영화로운 시절을 딱 박제해 놓은 것 같은 도시라면 서울은 스펙트럼이 훨씬 더 다양하다.”
만일 케데헌2가 제작된다면.
“도산공원이나 (국립서울)현충원이 배경으로 나왔으면 한다. 현충원은 서울에서 되게 독특한 공간이다. 조용하고 엄숙해 활기찬 서울과는 완전히 다르다. 케데헌에 한강시민공원이 제대로 다뤄지지 않은 점은 아쉽다. 탁 트인 넓은 수변 공간에서 밤낮없이 안전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 한강시민공원이다. 또 한남대교 밑을 보면, 콘크리트 교각 수십 개가 쫙 놓여 있는데 마치 물 위에 세워진 거대 신전 같다.”

서울 전역에 폭염주의보가 발효된 지난 6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강시민공원 물빛광장에서 시민들이 물놀이를 하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뉴스1

한강은 그동안 ‘쉼’의 기능만을 해온 것 같다.
“이제 겨우 시작한 게 한강버스다. 강남·강북 쪽에서 한강을 바라볼 때와 강 한가운데 있을 때 느낌이 완전히 다르다. 강폭이 넓어 주변이 온통 물로 돼 있다. 조용하다. 캐나다 온타리오 호수 같다. 한강은 수중보가 설치돼 물이 빠르게 흐르지 않는다. 해상스포츠를 하기에 제일 좋은 어마어마한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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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준 교수. 전민규 기자.

해상스포츠가 왜 활성화되지 못했을까.
“제일 큰 장애물이 잠수교다. 낮다 보니 큰 요트가 통과가 안 된다. 잠수교가 ‘선’처럼 한강 동서를 끊어놨다. 잠수교의 제일 높은 부분을 도개교(跳開橋) 방식으로 하면, 한강의 쓰임새가 훨씬 좋아질 거다.”
서울 같은 대도시를 업그레이드하는 방법은.
“주요 간선도로 밑에 직경 2m 정도의 물류 터널을 뚫는 거다. 그럼 물류 로봇을 만드는 회사들과 산업이 생겨날 것이고,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과거 광케이블을 깔 때처럼 단위 면적 당 사는 사람들이 많아야 시장성이 나온다. 그런 면에서 서울은 최적의 테스트 장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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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후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서울라이트 DDP 2025 가을'에서 오픈AI 소라(Sora)를 활용한 초대형 미디어파사드 작품이 선보이고 있다. 뉴스1

건축가로서 동대문디자인플라자 평가한다면.   
“DDP가 과소평가는 돼 있다고 생각한다. (영국 건축가) 고(故) 자하 하디드의 작품 중 그의 독특한 디자인 언어가 남아 있다. 또 완성도도 꽤 높다. 지난 50년 동안 들어선 국내 공공 건축물 중 100년 뒤에도 살아남을 거의 유일한 건물이 아닐까 생각한다.” 
K팝 활성화 아이디어가 있다면.
“다른 분에게 들은 건데 매년 5월 열리는 각 대학 축제를 활용하는 거다. 아이돌 그룹이 대학교에 가 공연하는데 이 축제를 묶어 ‘K팝 방문회’를 할 수 있다. 어마어마한 외국인 관광객들이 서울에 체류하며 소비할 것이다. 하지만 분명 한 것은 첨단 제품을 만들지 않으면, 그 나라를 동경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많은 사람이 K팝 인기가 많아 한국 제품이 잘 팔린다고 생각하는데 정반대다. 제조업을 빼앗겨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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