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한국, 일본차에 가격 경쟁력 밀리나...美 관세 격차에 고민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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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현지에서 한미 관세협상 관련 후속 협의를 한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4일 오전 영종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에서 한국 자동차의 가격 경쟁력이 일본에 뒤쳐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국이 16일(현지시간)부터 일본 차에는 15%의 관세를 부과하지만 한국 차에는 25%의 관세를 유지하기 때문이다. 전기차 세액공제 종료를 앞둔 미국에서 하이브리드(HEV, PHEV) 차량의 인기가 높아지는 가운데, 인기 하이브리드 차종 대부분을 국내에서 생산하는 현대차그룹의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14일 일본 아사히 신문 등에 따르면 9일 미국 관보에 게시된 ‘미국-일본 협정 이행’ 행정명령이 16일에 시행될 전망이다. 자동차 품목 관세 15% 부과 내용을 담은 이 행정명령은 관보 게시 뒤 7일 이내 시행된다. 한국은 지난 7월 관세 협상에서 자동차 관세 15%에 합의했지만, 후속 과정 이견으로 25%를 유지 중이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은 지난 11일 언론 인터뷰에서 “한국이 (한미 간 무역) 협정을 수용하거나, 관세를 내야 한다”고 압박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내 기업평균연비제(CAFE)의 벌금을 폐지하고,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전기차 세액공제(최대 7500 달러)도 이달 말 종료시키면서 현지에서는 하이브리드 차량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관세 격차가 이어진다면 현대차그룹으로서는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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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판매 중인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의 모습. 토요타 미국 홈페이지

현재 미국 하이브리드차 시장 강자는 일본이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지난 7월 미국 하이브리드차 시장 점유율은 토요타(54.9%), 혼다(19.7%), 포드(10.8%), 현대차(7.3%), 기아(7.3%) 순이었다. 다만 한국은 그간 한·미 FTA 자동차 무관세로 가격 경쟁력에서 일본 보다 우위에 있었다. 25% 관세 부과 후에도 시장점유율 유지를 위해 가격 인상을 늦추며 버티고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일본과 10%포인트(p)의 관세 격차가 지속한다면, 가격인상을 고민할 수밖에 없고 일본차에 시장 점유율을 더 내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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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미국 앨라배마주에서 생산하는 싼타페 하이브리드 차량. 사진 현대차 홈페이지

현대차는 미국 판매 하이브리드차를 한국산 수입에 대부분 의존하고 있다. 미국 앨라배마주 공장에서 싼타페 하이브리드 1종만 생산할 뿐, 투싼·쏘나타·아반떼 하이브리드 등 다른 인기 차종은 모두 한국산이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현대차가 8월까지 미국에서 판매한 하이브리드차는 11만2800대로, 이 중 66%는 한국서 수입하고 있다. 지난달엔 현대 아반떼(엘란트라) 하이브리드(4581대)가 역대 최다 판매 기록을 세웠지만, 관세를 오롯이 부담해야 한다.

반면 일본 업체들은 상당수 인기 하이브리드 차종을 미국 현지서 생산한다. 토요타는 켄터키주 공장에서 캠리 하이브리드를, 혼다는 CR-V 하이브리드를 미국에서 만든다. 여기에 더해 현지 생산 확대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에 따르면 토요타는 켄터키주와 인디애나주 렉서스 공장을 인디애나주로 합치고, 켄터키 공장에서는 캠리와 라브4 하이브리드 생산을 늘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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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모습. 뉴스1

현대차그룹도 조지아주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전기차 전용 공장에서 HEV 혼류 생산 공장으로 전환해 증설해 현지 생산분을 늘릴 계획이다. 다만 최근 조지아 구금 사태 이후 현지 생산의 빠른 확장도 어려워질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자문위원은 “하이브리드차 생산은 전기차 대비 부품이 많고 공정도 늘어나는데, 자동화 설비를 갖춘 메타플랜트에 혼류 생산 시설을 갖추는 게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정부가 조속한 후속 협상을 통해 관세와 공장 증설 문제를 해결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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