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미·중 '치킨게임' 재점화…‘샌드위치 리스크’에 몰리는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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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P=연합뉴스
지난 5월 미·중 양국이 관세를 110%포인트씩 내리기로 한 ‘제네바 합의’가 사실상 파기 수순에 들어가면서, 한국은 두 강대국 사이에서 끼어 어느 한쪽에도 기울 수 없는 ‘샌드위치 리스크’에 몰리고 있다.
12일 산업통상부와 주요 외신에 따르면 희토류를 둘러싼 갈등이 ‘트리거(방아쇠)’가 되면서 미·중의 ‘강대강(强對强)’ 힘겨루기가 재연될 조짐이다. 중국이 지난 9일 희토류 수출 통제를 단행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튿날“다음 달 1일부터 중국에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맞섰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중국이 90% 이상 독점한 희토류 기술을 ‘전략 자산화’하며 미국에 맞서는 구도”라며 “미국은 일단 중국의 도발에 관세로 제동을 걸고, 협상 여지를 남겨둔 상태”라고 분석했다.
희토류 통제는 한국에도 직격탄이 될 수 있다. 특히 반도체·전기차 등 한국의 주력 산업의 공급망 차질 우려가 크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중국이 수출 통제 품목을 자의적으로 해석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내 수출 기업들의 불안감이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희토류는 글로벌 공급의 약 60%, 미국 내 공급의 80~90% 이상을 중국에서 조달 중인 만큼, 대체 공급망 구축엔 최소 수년이 소요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한·미 관세 협상이 여전히 교착 상태인 것도 불안요소다. 3500억 달러(약 490조 원) 규모의 투자 방식에 있어 미국은 ‘선불(upfront)’을 고수하고 있고, 한국은 ‘무제한 한·미 통화스와프’를 필요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이달 초 방미해 일부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실질적인 진전은 없었다. 이어 구윤철 경제부총리가 추가 논의를 위해 오는 15일 워싱턴에서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과 회담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재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미·중 갈등이 격화되면서 한·미 관계에도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한국에는 부정적 요인이 크지만, 한편으로 미국이 중국 현안에 집중하기 전에 한국과 관세 협상을 서둘러 마무리하려 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장상식 원장도 “중국과의 협상 전선이 과도하게 넓어진 미국 입장에서는 한국과의 통상 현안을 조기에 타결할 필요성이 커졌다”며 “한국은 공급망 협력 확대를 조건으로 협상력을 높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미·중 갈등이 ‘치킨게임’ 양상으로 치달으면서, 이달 말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개최를 앞둔 한국의 ‘샌드위치 리스크’가 본격화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박성훈 고려대 국제대학원 명예교수는 “APEC 정상회의를 3주가량 앞둔 시점에서 미·중 갈등이 봉합되지 않으면 회의장 분위기 자체가 냉각될 수 있다”며 “화해나 협력 메시지가 나오지 못하면 한국 외교에도 큰 부담이 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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