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우리 지역 오면 윈윈"…지자체 공공기관 유치전 2라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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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혁신도시 아파트 단지 모습. 이 혁신도시는 10여개의 공공기관이 입주해 있다. 중앙포토
대전·충남 "우선 배치" 촉구…지자체별 전담 조직 발족
이재명 정부 국정과제인 ‘2차 공공기관 이전’이 본격화하면서 비수도권 지자체들이 속속 유치전에 뛰어들고 있다.
각 지자체는 공공기관 유치에 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관련 연구용역에 착수하거나, 전담팀을 꾸려 이전 타당성을 부각하는 움직임을 보인다. 혁신도시 조성으로 1차 공공기관 이전(2012년~2019년) 혜택을 받은 곳은 “추가 공공기관 이전”을, 이에 배제됐던 대전·충남은 “우선 선택권을 달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16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말까지 수도권 소재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직원 수·청사 규모 등을 전수조사한 뒤 내년께 이전 대상을 확정한다. 2027년 청사 임차와 공동청사 건립 등을 통해 지방 이전에 착수할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정부 각 부처와 함께 이전 기관의 범위를 정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본부·지사 직원 규모와 청사 소유·임차 여부, 지방자치분권법 상 실제 이전이 가능한 대상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전 계획을 수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전 작업에 첫발을 뗀 상황이지만, 지자체는 벌써 특정 공공기관을 거론하며 유치에 고삐를 죄고 있다. 대전과 충남은 2020년 2기 혁신도시로 지정됐지만, 후속 조치가 전무한 점을 들어 ‘우선 배치’를 촉구하고 있다. 대전시는 지역 중소기업과 대학, 대덕연구개발특구 등과 협력해 바이오헬스와 나노·반도체, 국방 등 지역 전략산업과 연계한 공공기관을 중점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이전 후보지로 1500~2000명이 입주할 수 있는 대전역세권 복합2-1구역과 메가충청스퀘어 자리를 점 찍었다.

신재민 기자
금융·예술·체육·교통 등 지역 특색 반영
충남도는 한국환경공단·한국탄소중립진흥원·한국환경산업기술원 등 기후환경·탄소중립·에너지 관련 공공기관부터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과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등 문화·체육 분야, 한국투자공사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등 경제 분야 관련 기관을 유치해 주력 산업과 연계할 계획이다. 특히 이전 공공기관이 들어설 충남혁신도시에 2027년께 KTX역(내포역)이 생긴다는 점을 강조한다. 충남도 관계자는 “내포역이 문을 열면 충남혁신도시의 접근성이 크게 개선된다”며 “공공기관 운영과 기업 유치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 산업 현황과 특성을 고려한 유치 전략도 눈에 띈다. 금융, 해양, 영화·영상 분야 공공기관 20여 곳을 중점 유치 대상으로 선정한 부산시는 금융기관이전팀과 해양수산부이전지원팀 등 전담 조직을 꾸려 대응에 나섰다. 구체적인 기관명을 공개하진 않았지만, 부산시는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한국투자공사 이전을 요구해왔다. 부지 확보를 위해 현재 93만5000㎡ 수준인 부산 혁신도시의 확대·지정을 추진한다. 부산시 관계자는 “정부의 2차 기관 이전이 보다 가시화되면 부산·울산·경남 차원의 공동 유치 전략을 세우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구시는 IBK 기업은행 본점 등의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지역 산업체 중 중소기업 비율이 99%, 중소기업 종사자 비율이 98% 이르는 등 중소기업 비중이 전국에서 가장 높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2014년 이전한 신용보증기금 등 1차 공공 기관과 다양한 금융 사업을 연계할 수 있다는 이점도 내세웠다. 신산업 분야 육성을 위해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건설과 연계한 한국공항공사 유치에도 집중한다. 허정 대구시 광역협력담당관은 “대구는 교육 환경이 우수하고, 교통의 요지다 보니 공공기관 종사자 입장에서도 거주 조건이 좋다”며 “공공기관 2차 이전은 대구 발전의 중요한 촉매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울산혁신도시 전경. 사진 울산시
김천시 "기존 혁신도시 중심 배치돼야"
울산시는 에너지·노동·안전 분야 기관과 연계한 연구·교육기관 유치에 나선다.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 한국석유관리원,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한국산업기술연구원 등이다. 시청 내에 ‘공공기관유치팀’을 만들어 2차 이전 대응 전담 조직으로 운영 중이다. 광주광역시는 AI와 에너지, 사회복지, 문화예술에 특화된 공공기관 유치를 목표로 잡았다. 대상 기관으로는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사회보장정보원, 한국디자인진흥원 등이다. 기존 빛가람혁신도시에 입주한 에너지 기업들과의 연관성을 고려해 한전 인재개발원 등의 이전도 추진 중이다.
전남도는 대표적인 농도(農都)라는 특성을 토대로 농협중앙회와 수협중앙회, 한국어촌어항공단 등의 이전을 추진 중이다. 전남은 농업 외에도 수산물 생산량과 어장면적, 어가 인구 등이 국내에서 가장 많은 곳이다. 경북도는 한국도로공사와 한국교통안전공단 등이 이전한 경북혁신도시(김천시 소재)에 교통·물류 관련 기관을 유치할 계획이다.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우체국물류지원단, 한국우편사업진흥원 등 유치를 희망하고 있다. 김천시는 “기존 혁신도시를 중심으로 2차 이전이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북특별자치도는 한국마사회, 농협중앙회, 한국투자공사, 중소기업은행 등 55개를 유치 대상 기관으로 선정, 이전을 설득하고 있다. 충북은 유치 희망 기관을 선정하기 위해 연말까지 ‘충북 공공기관 유치 시행전략 연구용역’을 진행할 계획이다. 한국공항공사·한국지역난방공사·대한체육회를 고려 중이다. 강원은 한국은행·금융감독원·한국지역난방공사·한국국방연구원, 제주는 한국공항공사와 한국마사회 등을 검토하고 있다. 경남도는 우주항공, 방산, 조선, 기계산업 등 지역 산업과 연계한 기관을 유치 대상으로 정할 방침이다.

세종시 전경. 중앙포토
정부, 정주여건 포함 패키지 이전 계획 구상
신용한 지방시대위원회 부위원장은 “1차 공공기관 이전이 끝났지만, 상당수 직원이 여전히 수도권에서 출퇴근하는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며 “2차 땐 교육·교통·주거 등 정주여건 개선을 포함한 패키지 이전 계획을 수립해 이전 기관의 반발을 줄이고, 지역 불균형을 완화하는 데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최호택 배재대 교수(행정학과)는 “나눠먹기식 배치가 아니라, 공공기관 이전 시 관련 산업이 동반 상승효과를 낼 수 있도록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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