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여당 ‘재판소원’ 발표 당일, 각급 법원장들 “위헌 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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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웅 서울고등법원장(앞줄 왼쪽 둘째)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고등법원·서울중앙지방법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서울고등법원장 등 각급 법원장들은 20일 더불어민주당이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재판소원 도입에 대해 “위헌 소지” 등 문제점이 있다고 밝혔다. 대법관 증원엔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이 사법제도 개편안을 발표한 당일 사법부 고위 법관들이 국회에서 공개적인 우려를 표명한 것이다.

김대웅 서울고법원장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서울고법·수원고법·서울중앙지법 등 수도권 17개 법원을 상대로 진행한 국정감사에서 “조금 전 민주당이 4심제를 당론으로 발표했는데, 입장을 밝혀 달라”(박준태 국민의힘 의원)는 요청에 “헌법적 틀 안에서 재판소원이 가능한지 찬반 양론이 있다. 신중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서울고법원장은 “재판소원은 어떤 형태의 재판이 되든 4심제 형태를 띨 수밖에 없는 것 같다”며 “아시다시피 4심제가 되면 여러 권리구제가 지연되고, 여러 비용 문제도 생기는 등 경제적 약자가 과연 제대로 권리구제를 받을 수 있는지 여러 문제점도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배준현 수원고법원장 역시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기능과 역할 부분에 대해 헌법 논리(검토)라든가 국민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고 답했고, 오민석 서울중앙지법원장도 “헌법은 ‘사법권은 최고 법원으로 하는 법원에 속한다’고 명확히 규정한다. 헌법소원 제도는 헌법 규정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지난 7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근본적인 (재판소원의) 문제는 재판의 신속한 확정과 권리구제에서 치명적인 문제가 생긴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달리 헌법재판소는 지난 5월 재판소원을 도입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과 관련해 법사위에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 취지에 공감한다”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출신의 한 변호사도 “기본권 침해 구제를 위한 예외적인 제도라는 긍정적 취지로 사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법원장들은 민주당 개혁안에 포함된 대법관 증원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김 서울고법원장은 “대법관 증원 자체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다만 증원 숫자나 시기 등은 공론화를 통해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배 수원고법원장과 오 서울중앙지법원장도 “신중하게 진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대법관 선출 등이 정치적 고려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법관의 독립성을 저버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차진아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대법관 증원은 노골적인 코드인사를 막을 수가 없다”며 “추천위의 경우 법원행정처장을 제외시키면서 민주당 입김이 더 들어가게 해놓았는데, 차라리 국회에서 재판하는 게 낫겠다”고 비판했다.

대법관을 4명씩 3년에 걸쳐 총 12명으로 증원하게 되면 전원합의체가 2개인 구조로 재편될 예정이다. 서울고법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지금 전원합의체 절반 이상이 보수적이라고 판단한 민주당이 물갈이는 못 하니 새로 뽑아서 마음대로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에 대한변호사협회는 “대법관 수를 늘리면 법리와 논증이 더욱 심도 있게 발전할 수 있어 국민의 헌법상 재판받을 권리가 두텁게 보호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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