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트럼프, 하루만에 "核잠수함 승인"…美전문가 "동맹 가치 인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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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 다음날인 30일 이재명 대통령이 공개 요청한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의 요청을 하루만에 전격적으로 수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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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열린 무궁화대훈장 수여식에서 이재명 대통령으로부터 금관과 무궁화대훈장을 수여받으며 악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언론들과 전문가들은 한국의 30년 넘는 숙원 사업이었던 핵추진 잠수함 확보 등을 비롯해 정상간 ‘톱다운 방식’으로 이견을 좁히며 도출한 무역 협상 결과에 대해 “한국이 일본보다 더 많은 양보를 얻어냈다”는 평가를 내놨다.

요청 하루만에…“核잠수함 필라델피아서 건조”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한국이 현재 보유한 구식의 기동성이 떨어지는 디젤 잠수함 대신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며 “한·미 군사 동맹은 어느 때보다도 강력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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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한미 확대 오찬회담을 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SNS

그러면서 “한국은 핵추진 잠수함을 바로 여기 훌륭한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한화필리조선소)에서 건조할 것”이라며 “미국의 조선업은 곧 대대적 부활(Big Comeback)을 맞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입장은 전날 이 대통령이 “핵추진 잠수함의 연료를 공급받을 수 있도록 결단해달라”고 요청한 데 대한 즉각적인 결정이다. 한국이 핵추진 잠수함을 만들기 위해선 소형 원자로와 농축우라늄 연료가 필요한데 이를 위해선 미국의 동의가 필요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 합의에 대해선 “한국은 관세를 인하하는 대가로 3500억 달러(약 500조원)을 지불(pay)하기로 합의했다”면서도 매번 강조해왔던 선불(up front)이란 표현을 쓰지 않았다. 연간 투자 한도를 200억 달러로 제한하기로 합의한 데 따른 조치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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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경남 거제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서 장보고-Ⅲ Batch-Ⅱ 1번함인 장영실함 진수식이 열리고 있다.톤수 약 3600톤, 길이 약 89m인 장영실함은 대한민국 기술로 건조된 세계 최고 수준의 디젤 잠수함으로 평가된다. 뉴스1

트럼프 대통령은 다만 “훌륭한 총리(a great Prime Minister)와의 훌륭한 여행이었다!”며 방한 소감을 밝히는 과정에서 실수를 했다. 해당 표현은 이후 ‘훌륭한 한국의 대통령’(a great President of South Korea)으로 수정됐다.

“깜짝 성과…일본보다 많은 양보 얻어내”

한·미의 무역과 안보 관련 협상 결과에 대해 뉴욕타임스(NYT)는 “한국이 일본보다 더 많은 양보를 얻어냈고, 전반적으로 덜 부담스러운 협상을 성사시켰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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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원 기자

NYT는 양국의 결정적 차이점으로 한국은 원금 회수 가능성이 높은 투자 대상을 선정하기 위한 안전장치를 확보한 반면, 일본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사실상 투자 대상 결정권을 넘겨준 점을 들었다. 일본은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따르지 않을 경우 더 높은 관세가 부과되는 조항에도 합의한 상태다.

블룸버그는 “3500억 달러 중 1500억 달러를 조선업에 투입하고 외환시장 보호를 위한 다양한 안전장치가 마련됐다”며 “이는 투자자금 조달에 지분과 대출, 대출 보증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의) 핵심적 양보”라고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국 정부 관계자들은 최근까지도 협상 타결 가능성을 낮게 평가해왔다”며 이번 합의를 ‘깜짝 성과’라고 했다.

“트럼프 특징 공략…동맹 가치 인식한 시그널”

미 상공회의소 아시아 담당 부회장을 지낸 태미 오버비 미국·아시아 협회 부회장은 이날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한국이 양자 협상을 선호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특징을 활용한 수개월간의 집중 협상을 통해 양측 모두에게 균형 잡힌 협정을 체결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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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공식 환영식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SNS

그러면서 “한국이 투자금을 완전히 회수할 수 있는 상업성이 있는 프로젝트만 추진하기로 하고, 이를 한국측 매니저가 관리하도록 한 점이 돋보인다”며 “여기에 연간 투자금을 제한하는 등의 다층적 안전 장치를 확보한 것은 한국의 중요한 성과”라고 했다.

오버비 부회장은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 4대 핵심 광물 협정을 체결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요한 문제(희토류 등 공급망)에 대해 동맹국과 협력하는 것의 가치를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시그널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러한 변화를 근거로 “한·미·일 3국 간의 논의가 김정은이 회담에 응할 만한 환경 조성 방안을 모색하는 데 도움이 될 토대가 마련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核관련 구체안 주목…중·러 반발 가능성”

미국 싱크탱크 랜드(Rand) 연구소의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승인했다는 언급과 관련 본지에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위해선 소형 원자로 기술 제공과 한국의 우라늄 농축 관련 제한을 해제할지 결정해야 한다”며 “70년대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추진됐던 독자 핵무장 프로그램 이후 허용하지 않았던 조항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구체적 결정을 내릴지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핵잠수함에 필요한 우라늄 농축 수준은 핵무기에 필요한 농축 수준과 거의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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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민 기자

베넷 연구원은 동시에 러시아와 중국의 반발을 우려했다. 그는 “핵추진 잠수함은 개방된 해양 지역 작전에 필수적인 요소로, 사실 한반도 연안에서는 디젤 잠수함으로도 충분히 효과적인 작전이 가능하다”며 “한국이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한다는 것은 (한반도가 아니라) 태평양과 중국 연안에서 잠수함 작전을 수행한다는 의도를 시사하는 것”이라고 했다.

베넷 연구원은 이어 “이러한 움직임을 중국 및 러시아와의 잠수함 군비 경쟁을 촉발시키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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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에 공개된 애니메이션 동영상에 등장하는 러시아의 수중 무인기 '포세이돈'의 이미지.로이터=연합뉴스

공교롭게 한·미가 핵추진 잠수함 건조에 대한 전격적인 결정을 내린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수중 무인기(드론) ‘포세이돈’을 핵연료로 추진하는 실험에 성공했다는 사실을 직접 공개했다. 직접 발표에 나선 푸틴 대통령은 “속도와 이동 깊이 면에서 세계에서 이를 따라올 무인기가 없고 가까운 미래에 나타날 가능성도 없다”며 “요격할 방법이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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