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FC 손흥민(오른쪽)이 오스틴 선수들을 따돌리고 드리블 돌파를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가을 축구’에 나선 로스앤젤레스(LA)FC 손흥민(33)의 발 끝에서 결승골이 시작됐다.

LAFC는 30일(한국시간) LA의 BMO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미국 메이저리그 사커(MLS) 플레이오프(PO) 1라운드 1차전에서 오스틴FC에 2-1 신승을 거뒀다. 전반 20분 상대 자책골로 앞서간 LAFC는 후반 18분 존 갤러거에 동점골을 내줬다. 90분간 승부가 안 나면 연장전 없이 승부차기에 돌입해야 하는 상황.

후반 34분 손흥민이 상대 2명을 뿌리치고 저돌적인 드리블로 중앙을 뚫고 들어갔다. 이어 손흥민의 절묘한 패스를 받은 드니 부앙가의 슛이 수비 맞고 굴절돼 골문으로 향했다. 오른쪽 골포스트 앞의 나단 오르다스가 발로 살짝 건드려 넣었다. 오르다스가 오프사이드 위치가 아니라서 득점으로 인정됐다.

MLS 홈페이지 공식 기록은 손흥민의 어시스트는 아니지만, 정정 될 가능성은 남아있다. MLS는 NHL(북미아이스하키리그)처럼 패스→패스→골의 경우, 첫 패스도 어시스트로 인정한다. 손흥민은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9골3도움을 기록했다.

동·서부 콘퍼런스로 나뉘어 8강전부터 진행하는 MLS PO에서 정규시즌 서부 콘퍼런스 3위 LAFC는 상위 시드를 받아 1라운드(3전2승제) 1차전을 홈에서 치렀다. 6위 오스틴을 꺾고 우승을 향한 첫걸음을 내디뎠다. 다음달 3일 텍사스주 Q2스타디움에서 원정 2차전을에서 승리할 경우 서부 콘퍼런스 준결승에 오른다. 만약 지면 9일 3차전을 갖는다.

손흥민이 두 팔을 들고 홈팬들의 호응을 유도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손흥민은 경기 전 인터뷰에서 “오늘 경기가 없었다면 LA다저스의 월드시리즈를 보러 갔겠지만, 나한텐 우리팀 승리가 더 중요하다. (올 시즌) 오스틴에 두 번 다 졌지만, 저랑 부앙가가 (대표팀 차출 등으로) 없을 때였다”고 말했다.

지난 15년간 독일과 잉글랜드에서 뛴 손흥민은 첫 PO 경기에 투톱으로 선발 출전했다. 전반 20분 LAFC 라이언 홀링스헤드가 왼쪽 측면에서 드리블로 상대를 제치고 올린 크로스가 브렌던 하인스 아이크 맞고 굴절돼 골망으로 빨려 들어갔다.

오스틴은 수비적으로 내려섰고 마치 NFL(미국프로풋볼)처럼 손흥민에게 거친 몸싸움을 했다. 손흥민은 ‘축구 도사’처럼 이타적인 패스로 7차례나 기회를 창출했다. 전반 35분 상대 선수 4명이 에워싸자 손흥민이 2명 사이를 파고 들어가 왼발슛을 쐈으나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오스틴의 거친 플레이에 얼굴을 찡그린 손흥민(오른쪽). [AP=연합뉴스]

후반 18분 문전 혼전 상황에서 LAFC 수비진이 우왕좌왕하며 공을 제대로 걷어내지 못했다. 오스틴의 오언 울프가 침착하게 내준 패스를 갤러거가 차 넣어 1-1이 됐다.

1-1로 맞선 후반 34분 손흥민이 저돌적인 돌파와 절묘한 패스로 부앙가~오르다스로 이어지는 득점을 만들어냈다. 올 시즌 18골을 합작한 ‘흥부 듀오’ 손흥민과 부앙가가 결정적인 순간에 빛났다.

경기 막판 손흥민은 두 손으로 관자놀이를 누르며 동료들에게 집중하라고 소리 쳤다. 손흥민은 후반 추가시간 교체아웃됐고, LAFC는 2-1 승리를 지켜냈다.

손흥민은 ‘플레이 오브 더 매치(경기 최우수선수)’에 선정됐고, 통계 전문 풋몹으로부터 양 팀 최고 평점 8.1점을 받았다.

손흥민은 160억원 ‘연봉값’을 했다. 같은날 MLS 선수협회가 공개한 2025 연봉가이드에 따르면, 손흥민은 기본급을 포함해 보장 연봉 1115만 달러(158억6000만원)를 받는다. 인터 마이애미의 리오넬 메시(2045만 달러)에 이어 MLS에서 2번째로 높다. MLS 내 기본급만 1000만 달러 이상 받는 선수는 손흥민과 메시 둘 뿐이다.

둘 다 팀당 3명까지 샐러리캡(연봉총액상한제)과 무관하게 계약할 수 있는 ‘지정 선수’ 다. 2024~25시즌 잉글랜드 토트넘에서 받던 연봉 988만 파운드(187억6000만원)를 받았던 손흥민은 2023년 사우디아라비아 알 이티하드로부터 연봉 3000만 유로(420억원) 제의를 받았지만 거절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