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치매 엄마’ 한국에 모시는 아들…베트남서 220만 흥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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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홍진 감독작 ‘엄마를 버리러 갑니다’의 한 장면. 한국·베트남 합작영화다. [사진 싸이더스]
영화 ‘엄마를 버리러 갑니다’(5일 개봉)는 한국과 베트남의 합작 영화다. 지난 8월 베트남에서 먼저 개봉해 220만 관객을 모으며 흥행작이 됐다.
제목은 섬뜩하지만, 내용은 따뜻하고 눈물겹다. 성치 않은 몸으로 거리의 이발사로 일하며 치매에 걸린 엄마 레티한(홍다오)을 돌보는 아들 환(뚜언쩐)이 한 번도 본 적 없는 한국에 있는 이부(異父) 형 지환에게 엄마를 데려다주기 위해 떠나는 내용이다.
3일 서울 용산의 한 극장에서 만난 모홍진(52) 감독은 연출을 결심한 건 한장의 사진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5살 아이가 엄마의 손을 잡고 걸어가는 뒷모습을 담은 사진 한장을 작품 원안과 함께 전달받았어요. 그 사진을 보고 시간이 거꾸로 가는 치매 환자의 마음을 통해 절절한 가족애를 그려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원안은 호치민에 살던 아들이 치매 엄마를 하노이의 형한테 맡기러 가는 내용이었다. 가족애가 한국에서도 통할 거라는 판단에 합작 영화로 기획되면서, 지금의 설정으로 바뀌었다. 모 감독은 “공원과 시장 등에서 순수하고 정 많은 베트남 사람들의 일상을 관찰하며 원안을 재구성했다”고 말했다.

모홍진
베트남 말도 못하고 살아본 적도 없는 한국인 감독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는 ‘베트남 국민 배우’ 뚜언쩐과 홍다오가 캐스팅되면서 눈 녹듯 사라졌다. 두 배우는 열연을 펼쳤고, 특히 홍다오는 “인생작을 만들고 싶다”는 각오로 수치스러울 수 있는 치매 증상 연기도 마다치 않았다고 한다.
레티한이 한국 공장에서 일할 때 만난 남편 정민 역은 현지에서 ‘베트남 국민 사위’로 불리는 배우 정일우가 맡았다. 그는 “베트남 분들에게 받은 사랑에 보답하는 마음”에서 노개런티로 출연했다.
레티한은 기억을 잃어가는 와중에도 한국에 두고 온 아들 지환을 그리워한다. 환은 그런 엄마에게 서운함을 느끼지만, 한국 국적의 엄마가 한국의 복지 혜택을 받으면 더 나은 생활을 할 거란 생각에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엄마와 함께 한국으로 향한다. “우리 가족 중 누구 한 명은 행복해야 하지 않을까”란 그의 대사엔 가족애에 대한 모 감독의 오랜 생각이 담겨 있다.
“개인적으로 7살 때 어머니를 여읜 아픔이 있어 가족애가 더욱 애틋합니다. 가족을 품는 건 우주를 품는 것과 마찬가지예요. 관객들이 엄마 생각에 안부 전화를 걸게 되는 영화가 됐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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