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아이랑GO] 아기와의 첫 만남, 어떻게 변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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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심심해~”를 외치며 꽁무니를 따라다닌다고요? 일기쓰기 숙제하는데 ‘마트에 다녀왔다’만 쓴다고요? 무한고민하는 대한민국 부모님들을 위해 ‘소년중앙’이 준비했습니다. 이번 주말 아이랑 뭘할까, 고민은 ‘아이랑GO’에 맡겨주세요. 이번엔 시대에 따라 출생과 출산 문화는 어떻게 변했을지 알아보세요.
시대에 따라 변한 임신과 출생 문화
일정한 기간에 태어난 사람의 수가 적은 저출생 문제가 사회적 위기인 시대, 생명과 탄생에 대한 소중함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여성 한 명이 15세부터 49세까지 가임 기간에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자녀 수)은 2024년 기준 0.75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1.5명 안팎)과 비교해 절반 수준으로 현저히 낮지만, 60~70년대만 해도 산아제한을 뒀을 정도였다. “어디서 태어났니?”라는 질문에 요즘은 다들 “00 병원이요”라고 말하지만 옛날에는 집에서 태어났다.
출생과 출산 문화는 어떻게 변했을지 알아본 서지안 학생기자·고가람 학생모델·이주호(왼쪽부터) 학생기자가 최근 유행하는 뱃속 아기의 성별을 공개하는 젠더 리빌(Gender reveal) 파티를 간접 경험했다.
임신 및 출생에 관한 사회상과 문화에는 시간이 흐르면서 많은 변화가 있었고, 현재의 출산은 저출생과 보건·돌봄 정책 등 사회적 정책으로 주로 논의되지만,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것도 있다. 바로 새로 태어날 아기를 맞이하는 가족들의 설렘과 기쁘면서도 두려운 마음, 기도와 희망, 서로를 돌보는 마음이다. 각자의 환경과 세대는 다르지만 출생의 숭고함은 여전히 변하지 않는다. 새 생명을 기다리고 맞이하는 순간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조명하는 전시가 있다는 소식에 소중 학생기자단이 서울 노원구에 있는 서울생활사박물관을 찾았다.
배냇저고리, 신생아용 저울, 신생아 명찰 발찌 등 다양한 아기와의 첫 만남을 기록한 전시물이 전시됐다.
‘아가 마중’은 서울생활사박물관이 지난해 6월 발간한 서울생활사조사연구 보고서 『서울 시민의 임신 및 출생 문화』를 바탕으로 광복 이후 현재까지 서울 사람들의 임신 및 출생 문화의 변화를 다양한 실물 자료와 체험 등을 통해 소개하는 전시다. 고가람 학생모델이 최충기 학예사에게 “제목을 ‘아가 마중’으로 지은 이유가 있나요, 혹시 그림책에서 따온 건가요”라고 질문했다. 최 학예사가 “맞아요. 한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거장인 고(故) 박완서 작가의 그림책 『아가 마중』에서 따온 거죠. 박완서 작가의 마지막 작품이기도 한 『아가 마중』은 엄마와 아빠, 할머니까지 온 가족이 새 생명을 기다리는 동안 각자의 위치에서 마음을 쏟는 과정을 따스한 시각으로 풀어내며 진정한 가족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하게 하죠. 와이프가 임신했을 때 태교용으로 사서 읽은 책인데, 전시 준비하면서 다시 읽어보니 제가 생각했던 거랑 내용이 너무 잘 어울려서 제목으로 정하게 됐어요”라고 밝혔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최충기(오른쪽) 학예사의 설명을 들으며 출산 문화와 한 생명이 세상에 오는 일의 의미를 돌아봤다.
서지안 학생기자가 전시 관람 포인트를 물어봤다. “현재 저출생이 심각하다고 많이 얘기하는데 너무 그런 숫자로만 바라보지 말고 누구나 다 엄마 뱃속에서 나왔고 그 과정에서 나를 기다렸던 가족의 마음을 한번 생각해 보세요. 나의 행복, 임신과 출생에 대해 밝고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포인트를 두고 구성했죠.”
먼저 ‘기다림의 시간: 임신’에서는 과거(1950~90년대)와 현재의 임신 문화가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살펴볼 수 있다. 과거 임신과 출생의 기다림은 가난과 제약 속에서도 가족 구성원들의 삶을 이어가게 한 작은 희망이었다. 광복 이후 1960년대 중후반까지는 조선 중기 이후의 유교적 전통이 지속됐다. 보통 3대가 함께 살아가는 대가족 문화와 부계 중심의 가부장제 전통의 짙은 영향으로 남아 선호가 지속되었지만 역설적으로 아버지들은 임신·출산 과정에 크게 개입하지 않았다. 오롯이 어머니의 몫이라고 여겼다. 당시 어머니들은 삼신할미에게 아기를 점지해 달라고 빌었으며 태몽을 꾸면 아기가 찾아왔다고 생각했다. 태교의 필요성은 인식하고 있었지만 특별한 방법보다는 마음가짐과 행동거지를 늘 조심하는 것을 중요시했다. 하지만 1960년대 후반 산업화와 경제 성장에 따른 급격한 사회 변화와 함께 국가 주도의 산아제한 정책이 시작되면서 많은 것이 변했다. 대가족은 점차 해체되어 갔고, 남아 선호는 지속하였지만 그 강도는 과거에 비해 약해졌다. 민간신앙은 의학으로 대체되었으며, 과학적인 태교 방법과 함께 기다림의 모든 과정에서 아버지의 역할이 조금씩 커졌다.
곧 만날 아이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태교음악을 직접 들어볼 수 있는 체험존도 있다.
삼불제석 그림이 눈에 띄었다. 삼불제석은 출산과 사람의 수명, 농사의 풍요를 관장하는 신이다. 본래 불교에서 불법을 따르며 이를 믿는 사람들을 보호하는 수호신이었으나 민간신앙으로 전해지면서 출산을 관장하게 됐다. 삼신할머니와 같은 존재로 여겨지기도 한다. “삼신할머니를 부처님의 모습으로 그린 민화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반대편에는 태교 이야기가 나온다. “태교가 뭔지 알죠? 엄마가 배에 아이를 품으면 아이가 실제로 맛도 볼 수 있고 귀로도 들을 수 있고 엄마의 감정을 공유하고 다 하거든요. 그래서 아이가 뱃속에 있을 때부터 좋은 음악을 들려주고 책도 읽어주며 좋은 것도 같이 보면서 아이를 기르는 게 시작된다는 개념이에요.” 『태교신기 장구대전』은 네 아이를 키워낸 조선 사대부 여성인 사주당 이씨가 1800년 저술하고, 이듬해 아들인 유희가 한글로 음을 달아 편찬한 책으로 세계적으로도 가장 이른 시기에 간행된 임신부 태교법 이론서이자 교육서다. 태교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고, 독서와 음악 감상 등 지금도 일반적으로 행해지는 태교법에 관해 설명해 시대를 한참 앞서간 저술로 꼽힌다.
꿈속에 나왔던 동물이나 과일이 어떻게 해석되는지 알아볼 수 있는 태몽 체험을 한 서지안 학생기자.
현재의 기다림을 다룬 공간에는 동물과 과일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복숭아를 열어 봤더니 건강하고 복 많은 아이라는 글귀가 나왔고, 돼지를 열어보니 재물운이 있는 아이가 나왔다. 꿈속 동물이나 과일이 어떻게 해석되는지 알아볼 수 있는 체험이다. 뱃속 아기의 심장 박동을 느껴볼 수 있는 곳도 인상적이다. 안으로 들어가니 센서를 통해 녹음된 아이의 심장소리가 흘러나왔다. 임신 중 해야 할 검사 안내판, 임산부 건강을 위한 체조법이 실린 잡지, 임산부 수첩과 배지 등의 키트, 태아의 심장 소리를 들을 수 있는 태아 심음 측정기도 전시됐다. “요즘 엄마들은 단순히 수첩에 글만 적는 게 아니고 아기의 초음파 사진 등으로 앨범을 만들기도 해요. 뱃속의 아기에게 쓴 편지도 있는데 감동이죠.” 곧 만날 아이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태교음악을 직접 들어볼 수 있는 체험존도 있었다.
새 생명을 기다리고 맞이하는 순간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조명한 ‘아가 마중’ 전시를 찾은 소중 학생기자단.
2024년 2월 28일, 헌법재판소가 임신 32주 이전 태아의 성별을 부모에게 알리는 것을 금지한 의료법 제20조 제2항에 위헌 결정을 내렸다. 해당 조항은 즉시 효력을 잃고 임신 주수와 상관없이 의료진은 태아의 성별을 부모에게 알릴 수 있게 됐다. 과거 남아 선호로 인한 낙태 방지를 위해 도입되었던 법 조항이 시대의 흐름에 따라 역사 속으로 사라진 거다. 이후 임신을 확인한 가족들은 요즘 전에 없던 특별한 행사를 준비한다. 가족들이 모두 모여 뱃속 아기의 성별을 공개하고 축하하는 젠더 리빌(Gender reveal) 파티다. 보통 풍선과 케이크, 각종 장식으로 예쁘게 꾸민 후 케이크 속 생크림의 색깔이나 풍선 속 장식 색깔로 성별을 나타낸다. 기쁘고 감격스러운 순간을 영상으로 남겨 기념하는 것이 유행하는 만큼 젠더 리빌 파티를 간접 경험하며 기념사진을 찍는 공간이 마련됐다.

당시 큰 성공을 거둔 국가 주도 가족계획과 관련된 자료와 홍보물도 만나볼 수 있다.
오랜 농경사회의 전통 속에서 우리나라엔 다산(多産)은 곧 다복(多福)이란 믿음과 함께 “자기가 먹을 건 스스로 가지고 태어난다”라는 낙관적 의식이 강하게 뿌리내리고 있었다. 이는 6·25 전쟁 이후 1960년대 초반에 걸쳐 폭발적 인구 증가를 가능하게 한 사회적 배경이기도 했다. 하지만 국토가 넓지 않고, 자원도 한정돼 있다 보니 이 같은 인구 증가가 경제 성장의 압력 요인으로 간주되며 1960년대 초반~80년대 초반까지 국가 주도의 가족계획 사업이 펼쳐졌다.
당시 큰 성공을 거둔 국가 주도 가족계획과 관련된 자료와 홍보물도 만나볼 수 있다.
“아들·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유명한 표어가 등장했고 이는 국가 주도의 가족계획 사업의 성공을 대변하는 상징으로 기억된다. 국가가 주도한 가족계획은 세계 어디에서도 유사한 사례를 찾을 수 없을 만큼 큰 성공을 거뒀다고 평가받는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 성공이 지금의 저출생으로 이어진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전시장엔 가족계획에 관련된 자료와 홍보물도 만나볼 수 있다.
이주호 학생기자가 “옛날에는 형제가 많았는데 지금은 외동이 많아요. 출생률이 떨어진 이유가 궁금해요”라고 물어봤다. “앞서 얘기한 국가에서 주도했던 가족계획과 산아제한 정책이 너무 성공하기도 했고요. 예전엔 농경사회였기 때문에 일손이 많이 필요했어요. 그래서 남자아이를 선호하기도 했던 거고요. 하지만 지금은 정보통신사회에서 AI 사회로 접어들면서 사람의 힘보다는 다른 것들이 더 중요해졌어요. 또 어머니들도 다 밖에서 일하는 시대다 보니 아이를 많이 낳아 기를 수 없는 구조적인 한계도 분명히 있을 거고요. 경제적인 측면도 있겠죠. 그런 것들이 다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아이를 낳는 게 많이 준 것 같아요.”
새 생명을 기다리고 맞이하는 순간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조명한 ‘아가 마중’ 전시를 찾은 고가람 학생모델과 서지안·이주호 학생기자(왼쪽부터)가 임신·출생·가족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들을 살펴봤다.
긴 기다림 끝에 아기를 처음 만나는 장소는 계속 변해왔다. 일제강점기 산부인과가 처음 소개되었지만 1960년대 초까지도 출산은 대부분 가정에서 산파와 가족의 도움을 받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행해졌다. 1960~1970년대 임신 및 출산이 점차 의학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오면서 산부인과로 특화된 병원이 빠르게 성장했고, 1980년대부터 병원 출산이 보편화했다. 또 한편으로 전통적인 산파의 자리를 국가자격증을 취득한 조산사가 차지해 1970~1980년대는 많은 사람이 조산원에서 자연 분만으로 아기와 만나기도 했다. 소중 독자들을 비롯해 지금 대부분의 아이는 병원에서 태어난다. 조산원은 여전히 자연주의 출산을 고집하는 사람들이 있어 명맥을 유지하곤 있지만 조산사는 산부인과나 산후조리원에서 근무하는 경우가 많다. 관련 자료들을 통해 본 출산 장소의 드라마틱한 변화는 관련 산업과 연관되어 출생 문화 변화의 큰 흐름을 잘 보여준다. “다양한 아기와의 첫 만남을 기록한 전시물을 보다 보면 또 예전과 달라진 게 있는데, 병원에서 태어나서 바로 집으로 가는 게 아니라 산후조리원으로 가서 짧게는 1~2주 있다가 집으로 가죠. 산후조리원에서 나와 아이가 처음 집으로 가는 과정을 찍어서 올리는 엄마·아빠들이 있어서 조리원 퇴소 브이로그 영상도 준비했으니 관람해 보세요.”
전시장 한 켠엔 출생신고서를 작성해 볼 수 있는 체험 공간이 있어 출생의 의미를 생각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전시장 한 켠엔 출생신고서를 작성해 볼 수 있는 체험 공간과 전시 제목을 따온 그림책 『아가 마중』을 비롯해 임신·출생·가족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들을 모아놓은 곳도 있다. 전시 마지막엔 “이 세상에 태어나길 참 잘했다”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행복했던 기억들을 기록하고 공유할 수 있는 코너가 있다. 시대별 출산 문화를 살펴보고 과거 사람들이 경험한 새 생명과의 만남을 되돌아본 소중 학생기자단도 나의 탄생에 대한 자신만의 행복한 기억을 남겼다.
‘아가 마중’ 전
장소 서울시 노원구 동일로 174길 27 서울생활사박물관 기획전시실
관람시간 오전 9시~오후 6시(종료 30분 전 입장 마감, 공휴일을 제외한 매주 월요일 휴관)
관람료 무료
출산 문화를 다룬 또 하나의 전시
국립민속박물관 특별전 ‘출산, 모두의 잔치’는 산모와 아이뿐 아니라 출산을 함께 기다리고 응원해 온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에 주목한다. 아이의 장수를 기원하기 위해 100개의 옷감을 이어 만든 백일 저고리, 아빠가 쓴 육아일기, 아이를 위해 1000명의 글자를 받아 만든 천인천자문(千人千字文) 등 328건의 자료를 선보인다. 생명의 소중함과 서로를 돌보는 공동체의 가치를 알 수 있으며 생명과 돌봄의 의미를 나누는 자리가 될 것이다.
기간 5월 10일(일)까지
장소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37 국립민속박물관 기획전시실 1
관람시간 오전 9시~오후 5시(종료 1시간 전 입장 마감, 설 당일 1월 29일 휴관)
관람료 무료
아이랑GO를 배달합니다

이번 주말 뭘 할까 고민은 아이랑GO에 맡겨주세요. 아이와 가볼 만한 곳, 집에서 해볼 만한 것, 마음밭을 키워주는 읽어볼 만한 좋은 책까지 ‘소년중앙’이 전해드립니다. 아이랑GO를 구독하시면 아이를 위한, 아이와 함께 즐길 거리를 풍성하게 받아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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