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한수원-웨스팅 합의문에 "구매계약·로열티 50년"...득실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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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력원자력, 체코 신규원전 사업 계약 체결 (서울=연합뉴스) 한국수력원자력은 4일(현지시간) 체코 신규원전 사업에 대한 본계약을 발주사와 체결했다고 5일 밝혔다. 사진은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건설 조감도. 2025.6.5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올해 초 한국수력원자력ㆍ한국전력이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맺은 지식재산권 분쟁 종료 합의문에 한국의 원전 수출시 8억2500만 달러(약 1조1400억원) 규모의 물품ㆍ용역 계약과 로열티를 웨스팅하우스에 향후 50년간 제공하는 조항이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18일 원전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 한수원ㆍ한전과 웨스팅하우스가 체결한 ‘글로벌 합의문’에 한수원ㆍ한전이 원전을 수출할 때 1기당 6억5000만 달러(약 9000억원) 규모의 물품ㆍ용역 구매 계약을 웨스팅하우스와 맺고, 1기당 1억7500만 달러(약 2400억원)의 기술 사용료를 내는 조항이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한국 기업이 소형모듈원전(SMR) 등 차세대 원전을 독자 개발해 수출하는 경우 웨스팅하우스의 기술 자립 검증을 통과해야 한다는 조건도 포함됐다. 한국 기업이 개발하는 SMR이 웨스팅하우스의 원천 기술을 바탕으로 설계한 기존 대형 원전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개발되고 있는 만큼, 이 역시 자사 기술에 해당하는지 따져보겠다는 취지다.

지난해 1월 양측이 맺은 이 합의는 26조원 규모의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수주를 위한 최종 계약 과정에서 나왔다. 웨스팅하우스는 한수원이 체코에 공급하려는 최신 한국형 원전 APR1400이 자사의 원천 기술에 기반한 것이라며 자국 법원에 지식재산권 소송을 제기하며 제동을 걸었다. 이에 한수원은 지식재산권 분쟁을 끝내기 위한 협상을 진행했고, 결국 분쟁 종료를 끌어냈다.

이를 두고 원전업계에서는 득실 논란이 거세다. 우선 ‘한국이 밑지는 장사를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웨스팅하우스에 상당한 규모의 로열티와 일감을 떼어주면 한국이 챙기는 이익이 크게 줄어들 것이란 우려에서다. 원전 건설 시 보통 현지 업체의 참여를 일정 비율 보장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 기업의 몫은 더 작아질 수 있다. 계약 기간이 50년에 달한다는 것도 부담이다.

전통적인 대형 원전뿐만 아니라, 소형 원자로인 SMR까지 웨스팅하우스의 검증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점도 중장기적인 부담으로 작용한다. 아직 상용화되지는 않았지만, SMR은 2040년께 400조 원대까지 시장이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윤석열 정부가 체코 원자력발전소 수주를 성사시키기 위해 '독소 조항'이 들어간 계약을 체결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하지만 체코 원전 수주를 눈앞에 둔 상황에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주장도 많다. 미국 에너지부의 지원을 받는 웨스팅하우스가 끝까지 발목을 잡을 경우 계약이 아예 무산될 가능성도 있었기 때문이다. 갈등을 봉합하지 못하면 향후 다른 원전 수출에도 악영향이 큰 만큼 분쟁을 빠르게 마무리하고 리스크를 없애는 것이 합리적 선택이라는 것이다.

웨스팅하우스와 협업이 국내 원전 생태계에 득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실제 웨스팅하우스는 1950년대 세계 최초의 상업용 원전을 건설한 기업으로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1979년 스리마일섬 원전 사고 이후 미국 내 원전 건설 중단으로 신규 원전 공급 능력이 떨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웨스팅하우스는 수주에 성공한 원전에서 두산에너빌리티ㆍ현대건설 등 한국 기업과 협업을 늘리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원전업계 관계자는 “웨스팅하우스가 한국 원전기업들과 협력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내 원전을 4배 수준으로 늘린다는 계획을 밝힌만큼 한국 기업의 미국 시장 진출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웨스팅하우스와의 합의문에 아쉬운 부분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50년 계약은 상황 변화에 따라 조정할 수 있는 문제”라며 “웨스팅하우스와 협력을 유지하는 한편, 독자 기술 개발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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