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12살 소녀 레슬링 제패…1년이면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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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경남 고성군 고성국민체육센터. 레슬링 매트 위에서 한 여학생 선수가 거침없는 몸짓으로 단숨에 남학생 선수를 넘어뜨렸다. 경북 칠곡군 약동초등학교 6학년 임하경(12·사진)양이 제53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기 전국학생레슬링선수권대회 60㎏급 자유형 경기에서 큰 점수 차로 우승하는 순간이었다.

레슬링에 입문한 지 1년여 만에 전국 1위를 거머쥔 12살 소녀가 화제다. 화려한 기술 대신 ‘기본 중의 기본’인 태클 기술 하나만으로 연이어 금메달을 목에 걸며, 레슬링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레슬링 초등부는 남녀 구분 없이 체급으로만 경기가 치러진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남학생이 여학생보다 체력 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에, 여학생이 이기는 건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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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슬링 훈련 중인 임하경 선수(오른쪽). 경북 칠곡군 약동초등학교 6학년인 임 선수는 레슬링 입문 1년여 만에 남녀혼성으로 치러지는 초등부 전국 대회에서 3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사진 칠곡군]

더욱이 임양은 지난해 3월 레슬링에 입문했다. 레슬링을 시작한 지 불과 1년여밖에 되지 않았지만, 지난 4월 전남 장흥(제3회 헤럴드경제·코리아헤럴드배), 6월 경북 상주(제50회 KBS배) 대회에 이어 이번 고성 대회까지, 전국 규모 대회에서 개인전 3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레슬링을 오래 배운 또래들과 달리 임양의 ‘무기’는 단순하다. 수십 가지 기술 대신 태클 하나에 집중했다. 국가대표 출신 해설진은 “여자 선수가 남자 선수를 끝까지 물고 늘어지며 이기는 모습이 놀랍다”고 평가했다.

임양은 “레슬링이 너무 재밌다. 매트 위에 서면 신이 난다”며 “우리나라 최초의 여자 레슬링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은 지금까지 올림픽 레슬링에서 총 10명의 선수가 11개의 금메달을 땄지만(심권호 2회) 모두 남성이었다. 아직 여성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는 나오지 않았다.

물론 임양도 입문 초반에는 번번이 패했다. 레슬링 시작 후 석 달 동안 한 번도 이기지 못해 “그만두겠다”고 울며 떼를 쓰기도 했다. 하지만 이 악물고 버틴 끝에 ‘이기는 법’을 배워나갔다.

고등학교 시절 레슬링 선수였던 아버지 임종구(50)씨가 이런 임양의 훈련에 한몫했다. 국군 정보사령부 산하 특수부대 UDU(Underwater Demolition Unit) 출신인 임씨는 ‘될 때까지 한다’는 정신을 딸에게 가르쳤다고 한다.

임양은 “처음에는 너무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었지만, 아빠가 끝까지 해내야 한다고 해서 버텼다”며 “올림픽 금메달을 딴 뒤에는 아버지처럼 특수부대에 들어가 군 복무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여자도 국방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레슬링 입문 1년여 만에 뛰어난 성과를 보여준 임양을 위해 칠곡군도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김재욱 군수는 “기본기에 충실하면서 강한 정신력으로 우승한 하경양은 칠곡의 자랑이자 우리 아이들의 희망”이라며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딸 수 있도록 칠곡군민과 함께 지속적으로 응원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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