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청 둘로 쪼개되 이름은 유지…정성호식 檢개혁안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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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민주당이 추진중인 검찰개혁 로드맵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뉴스1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검찰청 폐지와 행정안전부 산하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신설이 골자인 여당 검찰개혁안에 제동을 걸면서 이른바 ‘정성호 구상’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정 장관의 복안은 기존 검찰청을 수사 전담 조직(검찰청)과 기소 전담 조직(공소청)으로 나눠 수사-기소 분리를 완성하자는 것으로 26일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검찰청이란 명칭도 유지하자는 입장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정 장관은 취임 초기부터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안(검찰개혁 4법)과는 독자적으로 정부안을 마련해왔다고 한다. 현재 여당안은 기존 검찰청은 없애고 ▶중대범죄수사청(행정안전부 산하)·공소청(법무부 산하) 신설 ▶국가수사위원회(국무총리실 산하) 신설 등 총리와 각 부처로 기능을 분산하는 게 골자다.
정 장관은 검찰의 수사권 남용을 없애는 수사-기소 분리를 위해 공소청을 신설하는 데에는 여당과 뜻을 같이한다. 하지만 행안부에 중수청을 신설하고, 국무총리 산하에 중수청·경찰·국가수사본부·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4개 수사기관의 권한을 조정하는 국가수사위원회를 별도로 설치할 경우 기관 난립, 복잡한 형사사법 절차만 만들어 범죄 피해자 등 국민에게 막대한 비용은 물론 수사 지연, 부실 수사 등의 피해를 초래할 것이라는 문제의식이 강하다고 한다.
수사-기소 분리 대전제 외엔 ‘검찰 폐지’ 출발부터 달라

박경민 기자
법무부는 출발선인 ‘검찰청 폐지’부터 반대하는 입장이다. 검찰의 기능 중 기소·공소유지 기능을 떼어내 공소청에 이전하되, 검찰청이란 명칭 그대로 수사기능을 전담하도록 재편하는 것이 검찰개혁의 부작용과 비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이라는 판단에서다. 이 경우 검찰은 경찰 송치 사건 처리를 전담하는 형사부 일부와 공판·송무 기능만 공소청으로 보내고, 검사의 직접수사 역량을 보존할 수 있다. 또 검찰 조직을 수사검사와 기소검사로 분리하는 만큼 경찰이 불송치 결정한 사건까지 전건을 송치하고, 공소청 검사에 수사지휘권 또는 보완수사(요구)권을 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검찰청을 폐지하는 검찰개혁안을 논의하고 있다. 검찰청 폐지 후 중수청와 공소청을 신설해 각각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산하에 두겠다는 계획이다. 뉴스1
무엇보다 검찰청을 완전히 폐지하려면 개헌이 필요하다는 게 정 장관의 판단이라고 한다. 헌법이 ‘검찰총장 임명’을 국무회의 심의사항으로 명시하고(제89조), 검사의 독점적인 영장청구권(제12·16조)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수청 신설 대신 기존 검찰청의 수사 전담 조직과 기소 전담 조직의 분리를 차선책으로 택한 이유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행 헌법을 유지한 채로 검찰청을 폐지하고 중수청을 신설하기 위해선 ‘공소청장의 명칭을 검찰총장이라고 부르겠다’는 식의 편법을 동원해야 하는데 그 자체로 위헌적 요소를 안고 있다”며 “또 검사를 공소청에만 둔다면 수사에 관여하지 않는 공소청 검사가 영장을 청구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폐지 땐 검찰·검사 역할 명시한 130여개 법 개정해야
헌법 이외에도 형 집행과 범죄수익 환수 등 검사·검찰의 기능·권한을 명문화한 관련법은 총 130여개에 달한다. 검찰청 폐지와 동시에 이같은 법률 역시 일괄 개정해야 한다. 행정비용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중수청 신설 대신 기존 검찰청을 수사 전담 조직(검찰청)과 기소 전담 조직으로 분리하는 차선책을 택한 이유다.
검찰 관계자는 “지난해 문화재청이 국가유산청으로 명칭만 바꿨을 뿐인데 간판 교체 비용만 50억원이 쓰였다. 공소청만 분리하면 수사만 전담할 텐데 검찰청을 폐지하고 굳이 ‘중수청’이란 거대 조직을 신설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국민주권검찰정상화특별위원회 1차 회의에 참석해 인사를 나누는 정청래 민주당 대표와 민형배 위원장. 뉴스1
법무부는 중수청을 신설할 경우 검사 상당수가 수사 업무를 포기하고 공소청으로 이동하는 상황도 우려한다. 이 경우 부패·조직·마약·증권 범죄 등 노하우와 전문성이 필요한 범죄 수사를 ‘검사 없는 중수청’이 전담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법무부와 검찰은 보고 있다.
정 장관은 26일 국회 예산결산특위에서 ‘검찰청 폐지, 공소청, 중대범죄수사청 설립을 담은 정부조직법을 9월 25일 처리하는 것이냐’는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검찰 개혁과 관련해선 추석 전엔 대충 얼개를 잡아야 하니 수사와 기소를 담당하는 기관을 분리하는 정도를 정부조직법 안에 담는 걸로 당정이 어느 정도 합의된 것 같다”고 답했다.
정 장관은 ‘헌법상 권한을 부여받은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정말 적절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추가 질의에 “표현이 검찰을 해체한다고 하지만 검찰이 지금까지 수행해 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이라고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 민형배 위원장과 이용우 간사가 국회의원회관에서 검찰개혁 당론안 초안 마련을 위한 비공개 회의를 하고 있다. 뉴스1
이같은 정 장관의 입장에 검찰 폐지가 당론인 조국혁신당은 곧바로 반발했다. 황운하 조국혁신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정성호 장관이 기득권을 지키려는 검찰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벌써 검찰에 포위됐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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