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 "태안군수에 '세금깡' 수천만원 상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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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가세로 충남 태안군수를 공무원들로부터 해외 출장비, 명절비 등 명목으로 수천만원을 상납받은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 군청 직원들은 군수 상납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물품 구매 시 ‘현금깡’까지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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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태안군청 청사. 사진 태안군청

26일 검찰에 따르면 대전지검 서산지청은 가세로 태안군수에 대해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 수년간 태안군수에게 돈을 상납하다가 참다 못한 군청 공무원 여러 명이 지난해 4월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했고, 권익위가 대검찰청에 사건을 송부하면서 이달부터 검찰 수사에 들어간 상황이다.

군청 공무원들이 국민권익위에 신고 

신고에 따르면 태안군 직원들은 군수가 해외 출장을 갈 때와 명절 때마다 적게는 수십, 많게는 수백만원을 상납해야 했다. 신고자 A씨는 중앙일보에 “2018~2023년 기간 군수에게 상납한 돈이 약 3000만원에 이른다”며 “해외 출장 때는 50만~200만원, 명절엔 100만~300만원씩 군수가 따로 쓸 돈을 마련해줬다”고 말했다.

A씨는 “오래전부터 군수에게 돈을 상납하는 나쁜 관행이 있었고 점점 심해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는 군수가 공무원에게 의무 없는 일을 시켜 세금을 개인적으로 횡령한 것”이라고 했다. 군수에게 챙겨줄 돈을 만들기 위해 직원들이 군청 예산을 현금화해야 했기 때문이다.

A씨에 따르면 직원들은 갖가지 방법을 동원해 예산을 현금으로 바꿨다. 군청에서 A4용지나 프린터 토너 같은 사무용품을 살 때 주문 수량을 과도하게 부풀린 다음 실제로는 그보다 조금 납품받아 나머지 수량만큼은 현금으로 돌려받는 방식이 대표적이었다. A씨는 “소모품을 사는 게 가장 흔적이 안 남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주문서상으로는 군청에서 쓸 용품을 주문해 놓고, 뒤로는 개인적으로 필요한 상품을 받은 다음 주문 금액만큼 사비로 채우는 방법을 썼다고 한다. 한꺼번에 큰 액수를 만들어야 할 때는 군청 카드로 식당에서 회식비 명목의 결제를 하고, 실제로는 개인 모임을 한 뒤 회비를 걷어 상납 금액을 충당했다. A씨는 “직원에게 지급되는 출장비를 군수에게 모아준 적도 있다”고 했다.

"세금으로 '깡' 상납에 자괴감"

A씨는 “세금으로 ‘깡’을 해서 군수에게 상납하는 행위에 자괴감을 느꼈다”며 “군수에게 잘 보여서 승진을 하겠다는 비뚤어진 욕심이 만든 나쁜 관행을 뿌리뽑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A씨를 비롯한 신고자들은 권익위 조사에서 대부분의 혐의 사실을 인정했다고 한다.

가세로 군수는 지난 25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충청남도시장·군수협의회 차원의 뉴질랜드 출장 중이다. 태안군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회계 시스템을 엄격하게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가짜 서류를 꾸며 현금을 만드는 행위는 할 수 없다”며 “부당한 지시를 하거나 받는 직원도 없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가세로 군수는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경찰 수사도 받고 있다. 지난달 충남경찰청 형사기동대는 공무원으로부터 승진 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았다는 혐의로 가 군수를 불러 조사했다. 경찰은 지난 5월에도 태안군청 군수실과 가 군수의 주거지·차량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가 군수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에 “사실 무근”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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